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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아들올림.

열번째 편지(우리는 매수자의 입장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 10월 아홉번째 편지를 마지막으로 근 4개월만에 인사드립니다.

마지막 편지를 쓸 때까지만 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축제에 가까웠는데요.

기존에 악재로 여겨졌던 이슈들은 단기적인 하락에 그칠 뿐, 몇일 뒤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반등을 보여주는 형세였죠.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모든게 달라졌습니다.

끝없이 오르기만 할 거라던 낙관론자들의 계좌에는 본 적이 없는 마이너스 수익률이 찍히기 시작했죠.

겪어 본 적 없는 하락장에 당황을 하는 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일텐데요.

오늘은 이러한 하락장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려합니다.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제목에 쓴 바와 같이, '우리는 매수자의 입장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떨어진 수익률에 실망하고 좌절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저희가 그동안 매수한 주식보다 앞으로 매수할 주식이 훨씬 더 많을 것임에 위안을 삼을 수 있습니다.

긴 시간 투자를 해왔고, 투자를 마무리하려는 시점에 이르러서 이러한 하락을 겪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괴롭겠지만, 저희는 투자사이클에 있어서 초기 단계에 있으며, 아직은 seller 보다는 buyer에 훨씬 더 가까운 입장이기에, 지금의 하락은 더 비싼 가격에 팔지 못함을 아쉬워 할 시기가 아니라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음을 기뻐해야 할 시기란 것이죠.

다음으로 드리고 싶은 얘기는, '타이밍을 예측할 수는 없기에,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변동성에 대응하자.'라는 것입니다.

최저점에서 매수하여 최고점에서 매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것은 그 누구도 이룬 적 없고, 이룰 수 없는 영역이기에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라는 식의 투자심리에 기반한 격언들이 투자의 세계에서 이상적 투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사실 그동안은 투자 심리가 공포보다는 환희에 가까웠기에 매수보다는 매도에 알맞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러한 매수에 불리한 환경에서조차 매수를 한 저희가 이제 매수에 유리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매수를 하지않는다면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공포에 사서 환희에 사는 투자법은 추상적이며 불완전할 수 밖에 없으므로, 저희는 매월 적립식으로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분할 매수법을 통해 타이밍을 예측하여 남들보다 많은 수익을 얻으려고 아둥바둥하는 쪽이 아닌 맘 편히 평균에 수렴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의 변동성에 심리를 배제한 기계적인 매매로 대응하는 것이죠.

이것이 욕심에 극도로 취약한데다가 비전문가인 개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투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위의 두가지 자세를 베이스에 깔고 투자에 임한다면 지금의 불안감은 어느정도 해소되리라 믿습니다.

투자라는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그 날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2022년 2월 24일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