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버지께, 아들올림.

아홉번째 편지(시간을 지배하는 기업이 시장을 지배한다. feat.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구글에게 빼앗기는 시간이 많을까?

아니면 빼앗아오는 시간이 많을까?

빼앗기는 시간이라 함은 유튜브 영상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등 오락성향의 시간을 의미하고,

빼앗아오는 시간은 실생활에 필요한 팁이나 궁금증 등을 구글이나 유튜브를 통해 검색하고 간단히 해답을 얻게 됨으로 인해 절약되는 생산성향의 시간들을 의미합니다.

생산성의 향상으로 생겨난 잉여시간을 오락으로 채우는 과정.

생산성으로 절약한 시간을 오락으로 다시 소비하는 과정.

그것이야말로 지난 세월동안 인류가 추구해온 단 하나의 진리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미래학자 및 인류학자들은 인류는 기존에도 그래왔지만 점점 더 오락, 즉 유희를 추구하는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는 의미의 호모 루덴스(유희의 인간)라는 개념을 제시해왔습니다.

더군다나 현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아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폭발적인 생산성의 향상을 눈 앞에 두고 있어서 호모 루덴스라는 개념이 더욱더 설득력을 갖는 상황인데요.

이것을 기업의 관점에서 한번 바라보겠습니다.

현재 세계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들은 모두 이 생산성과 오락성의 두개의 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투자하고 있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그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MS는 책상 위의 컴퓨터 PC를 통해, 애플은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을 통해 그 어떤 기업도 이루지 못한 수준으로 인류의 생산성을 향상시켰고, 그로인해 얻게된 산물인 잉여시간조차 자신들의 플랫폼 안에서 보내도록 유도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반대로 한시대를 풍미(시가총액 1위 기업)하다가 지금은 상대적으로 도태된 기업들(GE, 엑슨모빌, IBM, CISCO, GM 등)은 인류의 생산성 향상에는 크게 이바지하여 영광의 시대를 구가했지만 생산성의 산물인 잉여시간까지 빼았아오는데는 실패하여 지금의 위상에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테슬라도 같은 맥락으로 바라본다면 주가에 과도하게 부여된 프리미엄이 어느정도 수긍이 갈 수도 있는데요.

현재 시장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전기차 시장 내 점유율과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거기서 그치지말고 그 이후를 한번 생각해보자는거죠.

자율주행의 발달로 운전자가 기존에 운전에 온전히 집중해야할 시간이 잉여시간으로 전환됐을 때를 말입니다.

이제 차량은 더 이상 운전이라는 단일 기능을 가지는 공간에 그치지않고 때로는 영화관으로 때로는 오락실로 기능하는 등 무궁무진한 기능의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다른 전기차 및 자율주행기업들이 해당 분야에 목을 맬 때 테슬라는 이미 그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한편 다른 이들이 놓치고 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충족, 즉 유희에서 또 다른 기회를 찾게되는 것이죠.

새로운 산업(전기차, 자율주행)이 성장하는 초기에는 산업의 파이 자체가 커지기에 모든 기업이 과실을 얻겠지만, 그 이후 소비자가 갖게 될 잉여시간을 빼았아오지 못하는 기업은 역사가 증명하듯 또 다시 도태될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고 어떤 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떨까하는 질문을 던지며 이번 편지를 마치겠습니다.

추신)
최근 보내드린 편지를 읽으시고 매도 시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주셨는데요.
아직 저도 경험이 일천하다보니 아버지가 원하시는 명쾌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계속해서 그에 대한 제 나름의 대답을 고민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들올림